잃어버린 2개월, 3D아이돌 리듬게임 '밀리언라이브 시어터데이즈'

향후 행보에 주목
2019년 09월 02일 17시 55분 43초

지난 31일 서브컬쳐 계열 장수 IP인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파생작 '밀리언라이브 시어터데이즈(이하 밀리시타)'가 글로벌 서버를 오픈함에 따라 한국 전용 서버를 가진 밀리시타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됐다.

 

밀리시타는 아이돌마스터 속 예능 프로덕션인 765 프로덕션에 소속된 13명의 아이돌과 그들을 잇는 765프로덕션 시어터에 소속된 39명의 후배 아이돌, 1명의 새로운 사무원이 합류해 총 52명의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는 아이돌 프로듀스 리듬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작중에서 765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 52명을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되어 아이돌들과 교류하거나 리듬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및 아이돌 영업 스케쥴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글로벌 서버 오픈에 맞춰 소위 신호등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본가의 속성별 타이틀 아이돌 3인방 중 일본 서버 초기 출시 SSR에 포함되지 않았던 키사라기 치하야, 호시이 미키와 시어터 소속 아이돌 타나카 코토하의 신규 SSR이 추가됐으며 각각 글로벌 서버 출시국과 관계된 대사가 탑재됐다. 세 카드는 아직 일본 서버에 추가되지 않은 글로벌 서버만의 신규 SSR이기도 하다.

 


 

  

 

■ 우여곡절의 IP

 

밀리언라이브는 같은 아이돌마스터 파생작이자 국내에 다음 모바게를 통해 잠시 소셜게임이 출시됐으며 애니메이션을 방영해 인지도를 높인 신데렐라 걸즈에 비해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IP다. 소위 본가라고 부르는 765 프로덕션 13인의 아이돌의 후배인 이들은 풍파를 겪으며 IP를 연명해왔다.

 

밀리언라이브도 다음 모바게와 마찬가지로 국내에 잠시 발을 들였던 플랫폼인 그리(GREE)에서 소셜게임 버전의 '아이돌마스터 밀리언라이브'를 서비스한 적이 있다. 다만 신데렐라 걸즈와는 달리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았으며 동일한 소셜게임 장르였지만 인지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신데렐라 걸즈에 비해 액티브 유저의 수는 적은 편이었고, 서비스 4주년께에 접어들어 밀리시타의 일본판이 출시된 뒤 돌연 서비스를 종료해버렸다.

 

 

 

그래도 만약 애니메이션 버전의 아이돌마스터를 본 적이 있다면 극장판에서 이들의 일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765 프로덕션의 올스타 13명의 무대에 백댄서로 나선 그들이 밀리언라이브 IP에 소속된 아이돌의 일부다. 다만 콘솔 버전과 애니메이션에서 본가 올스타 13인이 지내던 곳과 달리 시어터라는 독립된 공간에서 활동하는 37인의 이야기를 그려냈었다. 서두에서 39명이라고 언급했다가 갑자기 37명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 수 있겠으나 그리 플랫폼 시절에는 37명의 아이돌이 존재했고 사무원도 익숙한 오토나시 코토리가 배정됐다. 지금 밀리시타에서 볼 수 있는 라이브 시어터 건물은 으리으리하지만 이 시절에는 모든 프로듀서와 시어터 아이돌들이 '직접 만든 무도관'인 초라한 천막에서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파생 IP인 신데렐라 걸즈가 애니메이션과 3D 리듬게임 '데레스테'로 승승장구 하고 있을 무렵 밀리시타 런칭 예정 소식이 날아들면서 밀리언라이브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밀리시타 초기 SSR 라인업에 존재하는 사쿠라모리 카오리와 시라이시 츠무기라는 2인의 신규 아이돌, 그리고 시어터 전담 후배 사무원 아오바 미사키가 추가되면서 비로소 밀리시타에서 표방하는 39명의 아이돌, 39 프로젝트가 구색을 갖춘다. 기대와는 달리 기습적으로 출시된 고대의 밀리시타는 2개월간 이렇다 할 이벤트도 없이 20곡도 채 되지 않는 볼륨에 뽑기 시스템인 아이돌 촬영 라인업만 갱신되고 있어 많은 프로듀서들을 낙담케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암흑기라고 볼 수 있었던 2개월 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밀리시타는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밀리언라이브 IP를 사랑하는 프로듀서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소셜게임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다른 선택지였던 밀리언라이브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밀리언라이브 IP를 접할 수 있는 컨텐츠가 밀리시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밀리시타는 꾸준히 성장하며 애니메이션도 없이 액티브 유저를 12만에서 13만까지 끌어올려 콘크리트 이용자들을 형성했다. 1주년과 2주년 이벤트 때에는 무료 촬영을 넉넉하게 풀어 일시적으로 3배 가까이 액티브 유저를 늘리기도 했는데, 이들이 곧 빠지긴 했어도 콘크리트층은 여전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애니메이션도 없는 절망 IP라고는 하나 사실 모바일 게임에서 10만 이상의 액티브 유저를 확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밀리시타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글로벌 서버 발표와 함께 비로소 한국에서도 한글로 편하게 밀리시타를 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존에 일본서버를 언어의 장벽으로 접하지 않다가 한국 서버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를 모으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어 자체를 모르거나, 한국서버로 밀리시타를 처음 접한 사람은 기존에 이미 밀리시타를 즐기던 사람들에 비해 무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3D 라이브와 스케쥴

 

밀리시타에서 리듬 장르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는 설정하기에 따라 유닛에 배치한 아이돌들이 무대에 서는 3D 라이브와 일러스트로만 표시되는 2D 라이브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서버가 출시된 지금은 데레스테나 밀리시타 이외에도 3D 모델링을 활용한 리듬 게임들이 생겨 기술적 혁신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겠지만 여전히 스마트 플랫폼 아이돌 리듬 게임 사이에서는 준수한 수준의 퀄리티가 보장된 모델링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보는 맛이 있다. 반복되는 안무들도 있고 뜯어보면 심심한 맛이 있기는 하지만.

 

라이브를 통해 유닛에 편성된 아이돌들의 각성 포인트나 팬 수, 친밀도 등이 상승하고 소지한 아이돌 카드를 각성시키는 데에 필요한 재료 아이템과 게임 내 화폐, 그리고 유료 재화인 쥬얼 외에도 촬영에 사용할 수 있는 촬영 메달 등을 획득할 수 있다. 후술할 스케쥴에서도 비슷한 재화들을 습득할 수 있지만 총량에 있어선 라이브가 훨씬 많은 양의 재화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가사 번역은 복잡한 저작권 문제로 이번에도 불가능했다.

 

스케쥴은 라이브를 칠 시간이 없어서 스태미너를 빠르게 소모하거나 특정 이벤트에서 순위권을 노릴 때 주로 활용하는 컨텐츠다. 엔젤, 프린세스, 페어리의 각 타입별 스케쥴과 모든 타입이 포함된 스케쥴을 진행할 수 있으며 타입 또는 무작위의 아이돌이 스케쥴에 등장해 각종 장면을 연출한다. 스케쥴 자체는 텍스트량이 많지 않지만 찬스가 발생하면 조금 더 긴 이벤트와 함께 3개의 선택지를 골라 아이돌과의 커뮤니케이션 결과를 보여주고 추가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스케쥴에서는 아이돌의 다양한 면모를 보다 많이 확인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스케쥴에서 스태미너를 소모하게 되면 라이브 티켓을 획득할 수 있고 이를 일정량 사용해 라이브에 쓸 수 있는데, 이 경우 보상 아이템은 습득할 수 없지만 그 외의 각성 포인트 등은 정상적으로 상승하며 일부 이벤트 유형에 따라서는 소모하는 티켓의 양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배수의 이벤트 재화를 습득할 수도 있다.

 

아이돌 카드는 R 등급까지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아이돌은 촬영이라고 부르는 뽑기 시스템에서 습득하거나 이벤트 보상을 통해 획득해야 한다. 이벤트나 드롭 의상을 포함해 아이돌 의상을 데레스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하게 푸는 편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의상들은 얻어두는 편이 좋다. 만약 이벤트 의상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추후 얻을 수 있는 PST스톤이라는 재화를 활용하면 조금 시간이 지난 뒤라도 놓친 이벤트 의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미래 귀여운

 

■ 아이돌과의 교류

 

스케쥴 도중에 발생하는 찬스 이벤트 외에도 아이돌과 교류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있다.

 

시어터, 그러니까 한국 서버 기준으로 공연장에는 이동할 수 있는 네 개의 공간이 있어서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는 장소를 포함해 일정 시간마다 각 위치에 말풍선이 생긴 아이돌이 등장하면 짤막한 교류 대화가 진행된다. 대화 외에도 한 장소에 가만히 있다 보면 아이돌들이 수시로 시어터 내부를 돌아다니며, 특별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발성연습을 하는 가짜 음치나 아이돌이면서 아이돌에 열광하는 모 아이돌, 혹은 복수의 아이돌이 서로 교류하는 장면도 있다.

 


 


 


시호야 니 그거 서마터폰 중독이데이

 

UI 우측에 존재하는 모바일에서는 765 프로덕션 아이돌들이 팬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작성하는 공식 블로그와 프로듀서와 아이돌이 교류하는 문자를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의상을 습득했을 때 게시되는 블로그에 좋아요 표시를 하면 잠시 후 의상실에서 해당 의상에 관련된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며 아이돌과의 개별적인 문자에 답장을 하면서 호감도가 상승하는 등 52인의 아이돌이 가진 개성이 듬뿍 드러나는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이돌들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담긴 메모리얼 커뮤라는 컨텐츠도 존재하지만 급하게 오픈을 한 여파인지 아이돌들의 메모리얼 커뮤도 수록되지 않았다.

 

 

 

■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빌드

 

밀리시타의 시스템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는 했으니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 앞서 일본에서 밀리시타가 출시됐던 시기에는 소셜게임 밀리언라이브가 돌연사하면서 프로듀서들이 갈 곳을 잃고 IP를 즐기기 위한 게임 자체가 밀리시타뿐이니 기습적으로 출시된 앱 답게 미흡한 상태였어도 인내하거나, 일시적으로 밀리시타 자체를 쉬었던 사람이 있을 정도였는데 글로벌 서버의 밀리시타는 그 빌드에 최근의 시스템 일부만 살짝 얹은 정도로 구버전으로 출시되고 말았다.

 

현재 한국 서버에 출시된 밀리시타는 기존에 밀리시타를 즐기던 사람이라면 신규 SSR 3인방에 관심이 있지 않은 한 구태여 새로 시작하면서까지 할만한 가치가 한글 외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실 아무리 독해나 청해 능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모국어로 컨텐츠를 받아들이는 쪽이 훨씬 편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조금 뒤로 미루고 다시 빌드 이야기로 돌아가자.

 

 

 


미실장 상태인 천장 시스템과 총 16곡 수록의 한국서버

 

당장 매일 게임에 처음 접속하면 나타나는 로그인 보너스의 사무원 아오바 미사키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안면근육만을 활용한다. 구버전이다. 스케쥴을 통해 쌓을 수 있는 라이브 티켓의 총량이 400장이다. 마찬가지로 구버전이다. 밀리시타에서 제공하는 오토 라이브 티켓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구버전. 그리고 촬영에서 원하는 카드를 뽑기 위해 투자하는 과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장치인 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또한 구버전이다. 밀리시타 글로벌 서비스 이후 최초로 맞이한 아이돌의 생일 시스템도 그 시절의 것을 그대로 들고 왔다.

 

라이브 결과창의 경우는 3D 모델링의 이미지만 출력되던 그 시기의 것이 아닌 최신 버전을 가져왔다. 스킬 사용 빈도를 확인할 수 있는 메뉴도 제공하고 있지만 종종 버그가 발생해 유닛 멤버가 아무도 표시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이를 비롯해 몇 가지 부분들에서는 현재 일본서버의 빌드와 같은 사양으로 적용된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와 비교해 2개월간 겪은 암흑기 시절의 버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차라리 일본서버의 최신 빌드를 적극 활용해 컨텐츠 소모만 조절해가면서 풀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라떼는 말이다……이 화면이 더 밋밋했단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국 서버가 열리면서 유입된 신규 프로듀서들이 진득하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의 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요 컨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는 패널 미션으로 해금할 수 있는 곡 '아이돌마스터'를 포함해 16개가 전부다. 사전에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과는 달리 정말 고대 밀리시타와 같은 수준이다. 이 정도는 스태미너가 찰 때마다 꾸준히 진행하면 순식간에 소화할 수 있는 양이다.

 

곡의 수도 수인데, 초기 밀리시타로부터 꽤 오랫동안 곡이 해금되는 메인스토리 커뮤는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앗 내가 센터? 와 축하해! 정말 감동이었어!가 반복된다. 질리기 쉬운 원패턴이다. 메인스토리가 쌓이면서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지만 현재 제공되는 메인 커뮤의 대부분이 저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다행히 빠른 시일 내에 곡이 추가되는 이벤트를 하기는 하지만 이탈을 막으려면 기존 서버보다 빠른 속도로 컨텐츠 추가를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 일관성·프로 의식 결여된 번역과 검수

 

출시 빌드와 함께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마저 하겠다. 밀리시타의 글로벌 서버는 어떠한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고 반다이남코가 직영으로 서비스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반다이남코는 이제 막 첫 작품을 내는 스타트업 기업도, 중소규모의 기업도 아니며 서브컬쳐 업계에서 다각도로 사업을 넓힌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리시타의 글로벌 서버 런칭 소식을 전한 후, 특히 한국 서버에서 번역과 관련된 이슈를 출시 전부터 터뜨린 전적이 있다.

 

서브컬쳐 계통에서, 특히 남성향 컨텐츠에서 캐릭터성을 확립하는 요소들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들이다. 실제로 아이돌마스터의 캐릭터성을 확립한 이는 물론이요 한낱 아이돌마스터의 팬 게임을 만든 사람조차 다른 언어로의 번역은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것을 피해 번역을 자제해달라고 할 정도로 주의를 들여 접근하는 핵심이다. 아이돌마스터 IP 같은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각각의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립해주는 이 요소가 더더욱 중요하다. 헌데 밀리시타 글로벌 런칭에 앞서 공개된 공식 페이지에서는 캐릭터의 이름의 장음 표기가 이상하다는 문제부터, 아예 소개 문구가 다르게 바뀌어 있는 모습까지 보여 많은 팬들의 반발을 샀다.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가 맵시 있는으로 바뀐 것이나 야구 용어인 언더핸드 스로와 같은 말인 언더스로를 언더슬로로 오기한다는 정도는 우아한 수준이다. 아예 섹시에 집착하는 것이 캐릭터성의 한 축인 캐릭터의 문구가 원문과 아예 다르게 변경되는 등, 원문을 무시한 번역이 난무해 발생한 팬들의 성토 끝에 총괄 PD의 공식 사과와 이에 대한 수정을 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공식 소개 페이지에서 문제로 제기되던 번역들은 대부분 원문에 맞게 변경됐다. 그것이 약 2개월 전의 이야기다.

 

이후 총괄까지 나선 반다이남코의 대처를 믿고 한국 서버를 기다린 팬들은 글로벌 서버의 정식 오픈과 동시에 거하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당시 문제가 됐고 소개 페이지에 수정이 가해진 번역들이 게임 내에선 버젓이 적용된 상태였던 것. 이것이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특정 사상에 치우친 사람들이 껄끄러워하는 단어들이 특히 쪽집게처럼 원문과 관계 없이 삭제되거나 바뀌어버렸다는 부분이다. 팬들은 이에 번역가가 특정 사상에 치우친 번역 원리로 작업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품기 시작했고, 정식 출시 2시간 만에 온갖 서브컬쳐 게임 관련 커뮤니티로 해당 이슈가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지만 출시 후 2시간, 그리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까도까도 새로운 껍질을 내보이는 양파처럼 많은 오역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그들 중에서 일부만 보면, 원문은 "오빠는 모모코의 프로듀서니까"라고 적혀 있고 실제 음성에서도 오빠라는 대사가 들어감에도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 모모코의 프로듀서니까로 문장이 시작돼 문장의 완결성에 위화감을 형성하거나, 늘 섹시 컨셉에 집착하는 아이돌의 대사 원문이 "자, 내 가슴만 보지 말고"였지만 "내 얼굴만 보지 말고"로 변경됐다거나, 분명히 스커트라고 말하는데 '배역'이라고 번역을 한다거나, 자신을 성모라고 칭하는 아이돌의 1인칭이 여신으로 변경됐다거나, 좋은 아내가 될 것이라는 원문이 좋은 점장님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변하거나, 섹시를 입에 달고 사는 몇몇 아이돌들이 스크립트는 챠밍으로 대체된다거나, 대기실이 야구를 잘 한다는 소문이 있다거나, 전직 간호사 출신으로 주사를 놓으면서 숨을 참는 버릇 때문에 숨 참기와 주사를 잘 놓는 아이돌이 주사를 맞는 것이 특기가 되어버리는 등 총체적인 난국을 보여줬다. 심지어 마지막 케이스는 오역으로 아예 정반대의 내용을 담게 된 것이다.

 

번역 이슈가 발생한 것들이 대부분 그런 쪽에 연루되니 팬들은 성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불편해할만한 단어들을 쏙쏙 골라 원문을 왜곡해 고쳤다는 부분에 의구심을 품고 어떤 이들은 확신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번역을 고치기엔 기간이 촉박했다는 점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이미 이슈가 발생하고 2개월이다. 심지어 메모리얼 커뮤조차 다 싣지 않았는데 소개페이지에서도 문제가 됐던 부분을 고치지 않았다? 그야말로 태업이다. 그렇다면 번역 단가를 싸게 치기 위해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번역기로 초벌을 진행하고 수정을 가했다? 이 또한 의혹일 뿐이고 만에 하나 그런 방법을 사용했다고 쳐도 '아내'라는 단어를 '점장님'으로 오역하는 번역기 따위는 없다.

 


 


후우카 씨는 후카와 다른 아이돌인가봅니다.

 

소위 성 평등 논리와 관계될 수 있는 문장들이 가히 창작 수준에 달하는 동안 그와 반대로 최대한 원문의 느낌을 살려 번역을 해낸 파트도 있다. 아이돌 교류 컨텐츠로 소개한 문자 쪽에서는 오역된 내용들이 원문을 존중해 유지하는 쪽으로 번역됐다. 이쪽도 가끔은 오역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다른 파트들에 비하면 사실상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표현에서조차 정 반대 성향의 번역이 공존하고 있으며, 단 네 글자의 곡명인 허밍버드가 일시정지 UI에서 허밍버/드로 개행되면서 두 줄로 표기되고 아이돌 일람에 들어갔을 때마다 성만 표기되고 이름은 표시되지 않는 아이돌이 매번 나타나는 등 엉망진창의 완성도를 보이는 가운데 급하게 출시를 단행했다는 것은 반다이남코의 현지화 번역 및 검수 라인에 문제가 생겼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추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

 

글로벌 서비스의 번역 작업에서 특히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가 먹히기 어려운 것이, 그리 먼 곳에서 찾지 않아도 또 다른 파생작인 '아이돌마스터 샤이니컬러즈'는 프로 번역가도 아닌 팬들이 한국어 버전이 존재하지 않는 앱을 번역해 이미지까지 깔끔하게 번역해내는 수준인데 글로벌 서버는 한국과 대만을 막론하고 로그인 보너스 화면의 이미지에 표기되는 일본어나 아이돌의 생일마다 보여주는 화이트 보드의 생일 메시지 등 이미지는 모두 전혀 손대지 않아 이렇게까지 손을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응당 의문이 들게 만든다.

 


 


 


야구를 잘 하는 대기실 씨와 4글자도 개행이 필요한 UI

 

앞서 언급한 그대로 메모리얼 커뮤도 싣지 않았고 메인스토리도 16개 곡 중 몇 개가 되지도 않는다. 이미지를 공들여 번역한 것도 아니고 기존에 문제가 제기됐던 내용들도 대부분 그대로 뒀다면 대체 시간이 부족할 게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당장 일본서버에서부터 꾸준히 게임을 즐긴 팬들에게 번역 및 검수를 해달라고 맡겨도 팬심으로 나서서 이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많다. 반다이남코가 글로벌 서비스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혹자는 말한다. 번역에 대한 성토를 하는 사람들을 향해 조롱의 의미를 담아 '오타쿠들이 오빠 소리 못 듣고 가슴만 보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고 뿔낸다'고. 백 보 양보해 음성까지 지금의 번역물과 완전히 동일하다면 들어줄 생각은 드는 말이다. 하지만 기존 서버에서 명백히 스크립트로 존재하고, 한국 서버에서도 동일하게 해당 대사를 기반으로 음성을 출력하는데 그저 오빠 소리를 듣지 못해서 하는 투정이라고? 그저 비난하고 싶어서 하는 소리일 뿐이다. 저런 조롱을 던지던 사람들이 소개 페이지가 원문을 살려 번역됐을 당시 보였던 반응 중 가장 황당했던 것은 번역이 원문을 따라갔다고 실망했다며 일본 서버로 가겠다고 선언한 때였다. 일본 서버의 대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 수정됐던 번역인데 한글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곳으로 가겠다고? 논리가 완전히 모순되어 있지 않은가.

 

 

 

일전에 일본에서 서브컬쳐 게임들의 플레이어 성비를 조사했던 적이 있다. 당시 밀리시타는 남성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비를 보였다. 아이돌마스터라는 IP는 남성향 IP로 출발했고, 과거부터 아이돌 육성과 함께 프로듀서와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컨텐츠를 주력으로 삼았다. 여성이 밀리시타를 즐기지 말라고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소위 프로듀서 느님, 프로듄느라고 부르는 이들은 많았잖은가. 그저 밀리시타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원문과 전혀 다른 내용을 그저 추구하는 기호에 맞다고 지지하면서 기존의 원작 캐릭터성을 전혀 다르게 왜곡해버리지 말고 올바른 번역을 따라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호소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성토들이 어찌 보면 마치 밀리시타 한국 서버가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밀리시타가 논란들을 극복하고 규모에 맞게 나아진 품질의 로컬라이징을 진행해 한국에서도 관련 IP의 상품이나 컨텐츠를 접하기 쉬워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좀 잘 나가서 소위 말하는 애니프사 소리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던 시절부터 밀리언라이브를 지켜본 입장에서도 이렇게 당황스러운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든 당분간 한국에서 밀리시타를 즐기는 사람은 특정 사상을 지지하는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밀리언라이브라는 IP, 또는 더 나아가 그 모체인 아이돌마스터라는 IP 자체가 그런 이미지를 뒤집어 쓰는 상황이 됐는데, 반다이남코 측에서는 출시 당일 게시한 순차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공지 외엔 대부분의 문의에 매크로 답변으로 일관하며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지금도 이 상황에 포기하지 않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문의를 보내는 프로듀서들이 있다. 반다이남코는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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