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게임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20대의 가치, 게임 시장에도 흐른다
2020년 01월 15일 10시 25분 15초


 

20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세대, '90년생'이 화제다. 2018년 출간되어 지난해 여러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오르고,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 '90년생이 온다'는 20대 청년,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당사자들의 공감은 물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기성 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 20대의 특징은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풀이한다. 그리고 이는 소비의 가치, 개인의 신념으로 전환 또는 진화 되면서 국내 경제 시장은 물론 게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대 사이에서 가장 우선되는 가치로 꼽히는 '공정'은 게임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불거진 게임업계의 과도한 노동 문제나 몇몇 대기업들이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회사들을 자기네들의 울타리로 가두면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는 M&A 문제, 과도한 캐시템으로 유료 이용자와 무료 이용자간의 간극을 극대화 시키는 국산 게임들로 인한 국산 게임 전체에 대한 불신은 모두 '공정'이라는 가치에서 비롯된다.

 

작년 e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궜던 '카나비 사태'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선수를 좌지우지한 것도 모자라, 회사의 임의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 된 '불공정' 계약서는 특히나 e스포츠 팬들의 주축인 20대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거센 항의끝에 결국 사과를 이끌어냈다.

 


 

과거에는 결과만 좋으면 그 과정이 어찌됐든 괜찮았던 사회였지만, 20대가 자라온 환경은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사회다. 20대와 청소년들에게 '공정'이라는 것은 말버릇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1의 가치가 됐으며, 이에 대한 욕구는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표출 될 전망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공정하지 못한 상황, 공정하지 못한 게임은 외면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쉽게 가능하다.

 

국내 콘솔게임시장 성장률이 전체 성장률보다 높은 것도 이 '공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돈을 '쳐발라야' 더욱 강해지는 PC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과 달리 콘솔 게임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용자 간의 격차가 덜하다. 또 콘솔 게임에서도 네트워크 멀티플레이가 발달함에 따라 PC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인 재미요소인 동시성과 연결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매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9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게임시장 전체 성장률은 전년 대비 8.7%였다. 그러나 국내 콘솔 게임 매출의 성장률은 41.5%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42.2%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했다.

 

일본불매운동으로 맥주나 자동차, 의류 같은 제품들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 그 중에서도 PC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 비해 '공정'한 콘솔 게임은 불매운동의 대체제가 없었고 높은 성장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소니코리아의 안도 테츠야 대표는 "불매 운동의 영향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의 한일 관계와는 상관없이 PS5의 발매는 정상적으로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이 있기는 했지만, 새로운 기종인 PS5의 발매에 영향을 미칠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불매운동이 막 일어났을 때 한 일본 기업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기까지 했지만, 사태의 추이가 어느정도 파악 된 이후인 9월부터는 콘솔게임 관련 행사가 다시 진행된 것만 봐도 '영향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PS5나 신형 XBOX가 출시 될 예정인 올해는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이 더욱 눈부실 전망이다. 특히 최근들어 국내 게임사들도 다양한 콘솔게임을 내놓으며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스타 2019'에서 공개한 신작 4종 모두 PC 및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며, 세븐나이츠 닌텐도 스위치 버전(넷마블), 프로젝트 TL(엔씨소프트), 크로스파이어 X(스마일게이트), 프로젝트 이브(시프트업)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국내를 넘어 전세계 콘솔 게임 시장 개척에 돛을 올리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공유'다. 물건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사용료만 지불하고 빌려 쓰는 '공유 경제'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면 그 만큼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구독'으로 확장되면서 화장품, 식품, 자동차, 가전, 의류, 도서 등 실물 경제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 '구독'은 특히 게임이나 웹툰, 영화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이나 화장품, 의류 같은 경우에는 '복불복'이 존재하지만 게임은 확실한 가치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게임의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는 PSN, XBOX 게임패스, 오리진 액세스. 이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게임패스로 사상 최초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게임패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디지털 매출이 하드웨어 매출을 넘어선지 오래다. 또 작년 12월에는 PSN의 월간 사용자 수가 1억 300만 명에 도달, 같이 집계 된 하드웨어 누적 판매량 1억 600만 대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콘솔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게임 구독' 이용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SIEK도 PSN 구독자가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고, 이용자 커뮤니티상에서도 게임패스는 '혜자패스'라며 칭찬 일색이다. 특히 게임패스의 경우 패키지로 출시 된 게임 대부분 출시일 후 근시일내 게임패스 라인업에 추가시키면서, XBOX 이용자라면 게임패스를 이용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애플, 유비소프트, 구글(스태디아)도 게임 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자사 제품군 전반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출시했고, 유비소프트는 자사를 통해 출시 된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유플레이 플러스', 구글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태디아'의 이용 형태에 구독 서비스인 '스태디아 프로'를 선보였다.

 

국내 게임사도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사 넷마블은 최근 웅진코웨이의 지분 25.98%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지분 인수와 관련한 발표 당시 향후 구독경제와 스마트홈 시장의 가능성에 투자를 결정하게 됐으며, 게임 사업에서 확보한 빅데이터 분석 및 운영 노하우를 코웨이가 보유한 모든 디바이스에 접목시켜 구독 경제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키워드는 '공감'이다. 개인의 영역을 중요시 하는 세대지만, 반면에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온라인을 타고 마음껏 표출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 온라인 게임, 댓글, 오픈톡, 그리고 최근들어 언론을 비롯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거대해진 개인 방송 시장이 이를 증명한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다양한 개인 방송 플랫폼 중에서도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한 곳은 역시 트위치다. 다른 플랫폼들 보다 실시간 방송, 그 중에서도 게임 방송에 특화 된 트위치는 최근 몇 년새 몸집이 급격히 커졌다.

 


 

전세계 트위치 콘텐츠 시청시간은 2012년 720억 분에서 2018년 4,340억분으로 6년간 7배 가량 늘어났으며, 2018년에는 전세계 게임 방송 및 영상 수익 중 31%인 16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2019년에는 15억 4천만 달러로 다소 줄었지만, 유튜브의 14억 6천만 달러에 비하면 8천만 달러 높은 수치로 전세계 게임 방송/영상 플랫폼 중 1위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2015년 2월 서버가 개설 된 국내 트위치는 월사용자 수가 2016년 3월 기준 약 15만 명에서 2018년 3월 121만 명으로 2년 사이 약 8배가 증가했으며, 특히 e스포츠 방송을 중심으로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 2019년 3분기 e스포츠 대회 시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시청 시간의 경우 트위치는 7억 800만 시간, 아프리카TV가 2억 6000만 시간, 유튜브가 6100만 시간 순으로 나타났다. 2위인 아프리카 TV에 비하면 2.5배 가량이며, 유튜브에 비하면 11배가 넘는다.

 

트위치의 이러한 성장 배경은 강력한 실시간 채팅 기능에 있다. 트위치는 처음 론칭 때부터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채팅 서비스는 물론, 생방송 종료 후에도 모든 채팅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들로부터 각광받았다.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간의 '공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유튜브도 실시간 채팅과 채팅 확인 기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게임 분야에서만큼은 여전히 트위치가 월등하다.

 

한편, e스포츠 방송에서 시작 된 '보는 게임'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가 시장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유튜브에서 게임 관련 콘텐츠 시청 시간은 500억 시간에 달하며 트위치 내 게임 시청 시간도 93억 시간에 달했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도 방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용자들과의 소통, 공감을 통해 게임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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