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여전히 재미있어… 스팀판 '킹덤 언더 파이어 더 크루세이더즈'

리마스터링이 아쉽다
2020년 03월 16일 15시 20분 29초

2000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전국의 PC방 열풍을 이끌고 있던 시절, 국내에서도 그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수 많은 전략 시뮬레이션들이 출시되었다. 그 중에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뚝딱 치고 빠지려는 얄팍한 발상을 가진 게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차기 워크래프트를 목표로 3년간 30억을 들여 개발되어 오던 판타그램(블루사이드)의 ‘킹덤 언더 파이어’가 있었다. 개발 기간과 개발 비가 증명하듯, 킹덤 언더 파이어는 혹평 속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다른 스타크래프트의 데드카피들과 달리, 해외 수출에까지 성공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04년 그 뒤를 이은 ‘킹덤 언더 파이어 더 크루세이더즈’(이하 크루세이더)가 XBOX로 출시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2와 XBOX가 정식 발매되면서 국내에도 의미 있는 콘솔 게임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여전히 국산 콘솔 게임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XBOX 독점으로 출시되었던 크루세이더는 1년 후 출시된 확장팩 ‘히어로즈’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국산 콘솔 게임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16년 후, 시리즈의 정통 후속작을 표방하는 ‘킹덤 언더 파이어 2’가 1천억원의 제작비가 무색하게도 12년간 표류하다 간신히 스팀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그 크루세이더가 PC로 이식되어 스팀으로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 PS2가 강세였던 한국에서 XBOX 독점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명성과는 별개로 실제 플레이 해본 사람은 드물었던 신기루 같은 게임이었다.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꽤나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16년 전의 게임을 PC로 이식하여 출시했다는 점에서 요새 트렌드인 리마스터를 기대해 볼 법하지만, 아쉽게도 크루세이더는 16년 전의 게임에 와이드 해상도 지원을 추가하고, 키보드 마우스로 조작을 가능하게 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3D 모델은 둘째 치더라도 텍스쳐조차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와이드스크린으로 플레이하면 4:3 비율을 기준으로 제작된 원작의 UI와 텍스트가 가로로 늘어져서 굉장히 아쉽다.

 


 

조작에서도 마우스와 키보드 조작을 ‘가능하게만’ 한 정도이다. 튜토리얼이나 게임 인터페이스에서는 XBOX의 버튼 아이콘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따로 ~키를 눌러서 해당 버튼에 매칭되는 키를 직접 확인해야한다. 구 XBOX 패드에만 있는 흰색, 검은색 버튼의 아이콘을 XBOX ONE 패드의 LB와 RB 버튼의 아이콘으로 바꿔준 것이 최소한의 양심을 증명하고 있는 느낌이다.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로, 원작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헤비메탈 BGM은 여전히 흥겹지만 과거에도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음질이 조악한 나머지, 많은 효과음들이 한번에 출력될 때는 찢어지는 파열음이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다. 토탈워처럼 부대 단위를 조작하다가 영웅이 있는 부대가 적 부대와 근접해서 뒤엉키면 삼국무쌍식 액션 조작으로 바뀌는 복합적인 게임성은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부대에 고정되어 전체적인 전장을 한눈에 보기 힘든 카메라 때문에 미니맵을 확대하여 부대 컨트롤을 해야 하는 조작 방식은 올드하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 제약 속에서 병종의 상성, 고저차, 태양의 위치 등 다채로운 조건들을 신경 써 가며 부대를 운용해야 하는 빡빡함은 과하다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 

 


 

멀티플레이가 이식되지 않아 구XBOX LIVE의 서비스가 종료된 현재 멀티플레이를 즐길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 굉장히 아쉽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요새 게임들에서는 보기 힘든 2-30시간 분량의 넉넉한 플레이타임, 중견 성우들의 찰진 더빙이 함께하는 스토리 모드 만으로도 게임의 가치는 충분하다. 

 

‘킹덤 언더 파이어 2’가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가운데, 이 기세를 몰아 스탠드 얼론 확장팩 ‘히어로즈’, XBOX360으로 출시되었던 ‘서클 오브 둠’도 이왕이면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PC로 이식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계획되어 있었던 히어로즈의 이식 계획이 백지화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것을 보아 PC에서 다른 구작들을 만나보기엔 요원해 보이는 것은 아쉬울 뿐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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