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웨어의 몰입감 좋은 SF 어드벤처, '13기병방위권'

아트워크도 뛰어나
2020년 04월 01일 07시 45분 50초

2019년 체험판을 통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어드벤처 게임 '13기병방위권'이 1년만에 본편을 공개하면서 베일을 벗었다.

 

13기병방위권은 드래곤즈 크라운, 프린세스 크라운, 오딘스피어 등으로 익숙한 게임사 바닐라웨어의 신작으로 '기병'이라 부르는 로봇에 올라타 멸망하는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싸우는 소년과 소녀 13인의 모습을 그린 군상극 형식의 드라마틱 어드벤처다. 페르소나와 여신전생 시리즈로 유명한 아틀라스사와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일부 캐릭터나 특정 전개를 제외하고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서대로 각각의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당연하긴 하지만 본편의 이야기 구성은 작년 공개된 초반부 체험판과 다르게 진행된다. 프롤로그의 내용 자체는 거의 동일하지만 모든 캐릭터의 프롤로그를 전부 볼 수 있었던 13기병방위권 프롤로그와 다르게 프롤로그를 모두 당겨서 모아놓지 않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추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인공이 늘어나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 또한 프롤로그의 전개 사이사이에도 본 작품의 주요 컨텐츠 중 하나를 채워넣어 원래 기획했던 작품의 전개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 끝까지 집중해야 하는 스토리

 

13기병방위권 프롤로그를 해봤다면 알 수 있을 것이고, 게임을 시작하고 각 주인공의 프롤로그들을 해보면 금방 알아챌 수 있겠지만 13기병방위권의 스토리는 SF 장르 중에서도 난해하게 만든다면 얼마든 난해한 해석을 만들 수 있는 소재를 활용했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는 다양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붕괴편을 클리어하며 탐구편을 보면서 본 작품의 스토리를 곱씹어보게 된다. 얼핏 넘겨버린 내용이 향후 중요한 복선으로 활용될 때도 있고, 자칫하면 이야기의 타임라인에 혼선이 올 수도 있다보니 쭉 집중력을 유발한다.

 

어드벤처 형식으로 진행되는 회상편에서는 여러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각각의 사건을 마주하고, 어떻게 기병에 탑승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면 서서히 맞춰지게 되며 정보들이 점점 모일수록, 이야기의 진상에 다가감에 따라 전개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취향만 잘 맞는다면 아마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결말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느끼는 그런 감상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회상편은 주인공 캐릭터를 움직이며 키워드를 모으고, 이 키워드에 대해 생각하거나 키워드를 활용해 특정 인물에게 대화를 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분기점이 여러 가지 있어서 이야기의 진행 자체는 A와 함께 B로 이동한다를 유도하지만 다른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활용해서 B로 이동한다는 루트를 깨고 다른 루트로 진입하거나, 특정 행동이나 키워드를 통해 다른 루트로의 길을 낼 수 있기도 하다.

 

인물 사이의 대화 연출은 흔히 보이는 대화창이 나타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만화책의 배경글처럼 캐릭터들의 머리 위에 그냥 대사가 출력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A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주변에 있는 다른 그룹의 이야기가 보이고 좀 작은 볼륨으로 들려온다던가, 아예 대놓고 가서 엿듣고 있으면 무슨 일 있냐고 반응해오기도 한다. 대화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서 대화가 좀 자유롭다는 느낌을 준다.

 

특이한 점은 분기점이 이야기를 잘라버리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분기점을 통해 다른 시기의 정규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라베 주로 편에서 이야기가 흐르는 대로 따라가면 갈 수 있는 루트에서는 주로의 자취 사정에 대한 결말이 나는데, 다시 주로 편으로 돌입해 다른 분기로 진행하면 그 분기에서는 이전 루트 도달점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이유 때문에 자취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루트를 진행하는 것이 이야기의 맥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애초에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데 분기가 있음에도 그냥 진행하는 케이스는 적겠지만 말이다.

 


 


 

 

 

■ 기병들의 전투, 붕괴편

 

주인공들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존재하는 START 버튼을 기동 스위치로 활용해 기병을 불러내고 전투에 임한다. 이들이 전투를 치르는 모습을 전투 컨텐츠로 구현한 붕괴편에서는 스테이지 형식으로 각 구역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기병들은 세대별로 특화된 능력이나 무장이 다르다. 어떤 세대기는 빠른 이동속도를 바탕으로 한 기동전을 장점으로 하고, 어떤 세대의 기체는 센트리처럼 전투에 도움이 되는 장비를 전장에 사출시키기도 하면서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붕괴편에서는 처음부터 13명의 기병 파일럿들을 모두 활용해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전선에서 플레이어의 조작을 받으며 직접 싸움에 나서는 공격 팀 몇 명과 지켜야 하는 거점인 터미널 주변에서 적을 자유롭게 요격하는 수비 팀으로 나뉜다. 플레이어는 공격 팀과 수비 팀을 설정하고 전장에 나서게 되며 편성 화면에서 해당 에어리어의 괴수 출현 경향과 보상, 미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병은 다이모스 괴수들을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메타 칩을 소모해 강화할 수 있고, 처음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병기들도 개방해서 달 수 있다. 기존에 개방된 병기들도 메타 칩을 사용한다면 더 강력한 위력을 기대할 수 있다. 강화 재화인 메타 칩은 이곳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지점인 터미널의 기능을 강화할 때도 사용한다. 격추 스코어의 증가처럼 패시브 형식의 스킬부터 메타 게이지를 모아서 제한적인 횟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발동시킬 수 있는 스킬들을 개방하고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단 턴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나 기병의 행동을 결정하고 있지 않을 때는 실시간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다이모스들이 공격을 퍼붓거나 터미널 주변으로 접근하고, 기병을 이동시켜도 그동안은 시간이 계속 흐른다. SRPG처럼 한 차례씩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플레이어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다이모스의 미사일 같은 투사체 공격은 병기를 통해 공격해서 상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의 유형이나 강함에 따라서 치고 빠지기 또는 피해를 누적시키다 한 번에 접근해서 처치하기 등 몇 가지 전술을 짜낼 여지가 있어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다만 특정 병기의 경우 성능이 너무 좋아서 자체적으로 제한을 걸고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붕괴편의 난이도 자체는 그렇게까지 높진 않은 편이다.

 

전투의 양상에 따라 도시의 상태도 변한다. 한 곳에서 큰 기술을 쓰며 난동을 피우거나 다이모스의 공격이 가해지면 점점 해당 지역의 건물들이 파괴되며 최종적으론 궤멸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비록 그렇게 팍팍한 조건은 아니지만 첫 에어리어의 첫 스테이지부터 도시 방어율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하니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이를 부수지 않는 싸움도 염두해야 한다.

 


 


 

 

 

■ 기다림을 보답한 작품

 

바닐라웨어의 13기병방위권은 프롤로그만 맛보고 1년을 기다릴 가치가 있었던 작품이다. 게임의 구성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스토리가 각각의 주인공편을 통해 어드벤처 게임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탐색 파트 회상편, 그리고 본편에서 공개된 13기병의 소년소녀들이 어떻게 다이모스와 싸우는가를 해소시켜준 전투 파트 붕괴편, 그리고 앞선 두 개의 컨텐츠를 통해 획득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는 탐구편으로 나뉜다.

 

배경이나 일러스트의 화풍, 색감은 여타 바닐라웨어 게임들처럼 더 말할 것도 없이 좋다. 그 부분은 13기병방위권 프롤로그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본편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병의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리는 경우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론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애초에 붕괴편에서도 디자인을 그렇게 보기가 힘들기도 하고 말이다.

 

두 개의 모드를 진행하면서 얻은 정보를 특정 재화로 열어가면서 정리하는 일종의 엑스트라 컨텐츠인 탐구편도 나름대로 정보가 추가되면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고, 회상편과 붕괴편의 진행도 좋았다. 다만 회상편의 조건에 붕괴편이 걸려 드물게 미리 눈치채버리는 경우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독특한 색감이 좋다.

 

회상편에서 특정 주인공들은 어째 조금 겉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주연급 등장인물은 실제 존재하는 작품들의 오마쥬로 점철되어 있어 서브컬쳐에 박식하다면 더욱 반가운 모습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오마쥬들은 13기병방위권이라는 작품에 전반적으로 존재하며 비단 서브컬쳐만이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 등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자신이 다양한 문화를 섭렵하고 있다면 어떤 오마쥬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붕괴편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전투 화면의 구성이다. 마커 형식으로 표시되는 기병들을 움직여 마커로 표시되는 괴수 다이모스들을 상대하는 전투 화면은 심플하고 이것대로 맛은 있지만 액션을 발동하는 그 순간은 모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이 활약하는 SRPG 게임처럼 간단한 컷인이라도 넣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줬다면 더 만족감이 있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병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안엔 시간이 리얼타임으로 흐르지 않는데다 액션을 선택할 때는 해당 무장의 발동 장면이 어떤지 우측에 표시되기까지 하는데 정작 실제로 사용할 때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주인공이 13명이나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클리어를 위해 모든 주인공의 스토리를 클리어해야 하는데 정말 개인적인 감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주인공의 회상편은 진행하면서도 다소 시큰둥한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지만…….SF 장르의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한다면 13기병방위권은 그 가치를 하는 작품이다. 13기병방위권 프롤로그를 작년에 해보고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구매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강력 추천이다.

 


 


와 선생님 와 메구미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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