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콘솔 게임을 즐겨보니

[체험기] CGV 아지트엑스
2021년 01월 23일 15시 28분 15초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사라진 일상은 1년째 못찾고 있고 보고 싶은 가족이나 친구도 함부로 만날 수 없다. 이런 힘든 상황에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필자 역시 IMF를 겪어 본 세대이지만 IMF가 아주 쎈 한방이었다면 코로나19는 덜 아프지만 그 고통이 지속되는 고통같다. 특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산업은 더욱 힘들어 한다. 2020년 영화관의 매출이 전년 대비 70%가 감소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보고자 국내 최대 극장 프렌차이즈 CGV가 게이머들이 혹할 만한 이벤트를 내놨다.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관을 대관해서 콘솔게임을 즐기는 상품이다.

 


 

'아지트엑스'라 불리는 이벤트는 고객들이 콘솔기기와 게임을 가져와 상영관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전국 29곳에서 운영 중이며, 대관 예약을 하면 최대 4인 기준 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10만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15만원이다. 15년 전 필자가 지금의 아내에게 프로포즈 하느라 극장을 빌릴때 150만원이 들었으니 진짜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예매 시간에 맞추어 PS5를 들고 용산CGV를 찾았다. 직원이 와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데 제약이 많다. 일단 사전 고지대로 상영관 내에서는 어떠한 사진이나 영상도 공유가 되지 않는다. 개인 소장용으로 셀카 정도만 허용되며 그것도 인터넷 공유는 불가다. SNS 많이 하는 게이머과 유튜버들에게는 아지트엑스 서비스가 매력적이지 못한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될 것 같다.

 

물이나 콜라 같은 음료만 허용되며 간단한 음식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게다가 본인이 할 게임을 미리 적어야 하며 이용등급에 따라 참석인원의 신분증도 확인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일부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 타이틀을 여러개 보유하고 있더라도 제출한 게임만 즐겨야 하는데, 2-3시간 정도 빌리는 것을 감안하면 다양한 게임보다는 1-2개 게임을 집중해서 하는게 나을수도 있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 다음에는 콘솔기기를 HDMI에 연결해 주는데 실망과 탄성이 교차한다. 실망한 부분은 최대 해상도가 1920x1080 60hz만 지원되는 부분이다. 심지어 HDR도 지원하지 않는다. 필자의 집 TV가 4K에 HDR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극장에서 저화질로 보게 되는 게임은 약간 실망스럽다. 게다가 화면 비율도 안 맞는다. 화면이 마름모꼴 형태로 잘려서 나온다. 관계자는 "영화에 맞추어진 상영관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 실망은 게임 실행되면 탄성으로 바뀐다. 7.1채널에서 뿜어나오는 웅장한 사운드는 절대로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이다. BGM의 '사운드'와 주인공 대사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아 내가 영화관에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한다.

 

세팅이 완료된 후 바로 '스파이더맨 마일즈'를 실행시켰다. 2번이나 엔딩을 봤던 게임이지만 귀에 팍팍 꽂히는 사운드 때문에 새로운 게임으로 느껴진다. 특히 스파이더맨 특유의 뉴욕의 대형건물을 가로지르는 게임장면을 영화관에서 직접 플레이 하니 진짜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었나 싶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졌다.

 

다음 플레이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로 이어졌다. 특히 이 게임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흑백 영화 같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무라이 시네마' 옵션이 존재하는데 그걸 켜고 게임을 즐기니 진짜 영화관에 온 느낌이었다. 게임 자체가 옛날 영화처럼 화면 노이즈까지 잘 구현하다 보니 영화와 게임이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그러나 게임에 빠져 있을 찰나 영화관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게임이 피가 낭자하는 18세 게임 같은데 동행 때문에 플레이를 중단 하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것을 깜빡했다. 얼른 건전한 게임으로 다시 화면을 전환했다. PS5 내장게임 '아스트로 플레이룸'. 내장 게임이지만 워낙 잘 만든 게임이고 프레임이 높아서 극장용으로도 딱이다. 다만 극장에서 오래 할 게임은 아닌 듯 싶다.

 

(캡처=CGV 아지트엑스 소개 영상)
 

마지막으로 희대의 명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 2'를 실행시켰다. 게임 자체가 워낙 그래픽이 뛰어나고 한편의 영화같아서 그냥 영화관에 녹아내렸다. 오프닝에서 조엘의 기타소리가 그리 애절하기 들리게 될 줄이야.

 

그러나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잔인한 좀비와의 사투를 초등학생 아들에게 보여 줄수는 없어서 오프닝과 마을에서의 초반 플레이만 간단하게 해봤다. 이미 4번의 엔딩을 봤지만 귀에 꽂혀오는 풍부한 사운드와 캐릭터들의 무게감 넘치는 대사가 흠뻑 빠지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제약이나 화면 등이 아쉽긴 하지만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아지트엑스'는 대(大)만족스러운 이벤트이다. 집에서 이런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해서 게임을 즐기려면 최소 수억은 깨질테니 말이다. 다음에는 꼭! 혼자 '라스트 오브 어스 2'만 즐기러 가야겠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우쭈쭈♡ / 2,638,261 [01.23-09:14]

해상도 때문에 스위치 게임이 하기 좋았다고 하더군요


파워포토 / 1,078,910 [01.24-04:40]

그냥 프로젝터 하나 집에 설치하는게 더 낫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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