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최고의 정규 시즌으로 향하는 T1

T1이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2022년 03월 10일 08시 37분 12초

2022년 LCK는 담원 기아의 2년 왕조가 쇠락하고 다시금 T1 왕조의 부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프링 시즌 전승, 압도적인 차이로 리그를 씹어 먹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15년 시즌에 기록한 17승 1패라는 성적을 넘어서는, 프랜차이즈 최고의 정규 시즌 기록도 가능할 정도다

 


 

사실 이번 22 스프링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T1이 이처럼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일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젠지와 더불어 상위권에 T1의 이름을 올렸고, 롤챔스에서 보여준 것이 있기에 어느 정도 잘 하리란 기대가 있었지만 현재의 포스까지는 아마도 대부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본 기자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올 시즌을 예상함에 있어 젠지와 T1을 상위권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1위는 젠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상위권 팀이 엄청난 전력 보강을 했으니 1위를 하지 못하면 이상한,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T1은 사실 작년에 비해 엔트리가 약해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상위권 팀들이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고 부족한 구멍을 메꾸는 데 힘을 쏟은 데 반해 T1은 탑 라이너 칸나가 농심으로 이적하고 원딜 및 정글 포지션의 서브 멤버인 테디 등도 팀을 이탈했다. 

 

팀의 주축 한 명이 이적하고 안정적으로 팀을 뒷받침하던 서브 멤버들까지 나간 상황에서 추가적인 선수 영입 없이 기존 2군 콜업 멤버로 로스터를 꾸렸으니 정상적인 경우라면 분명 팀이 약해져야 맞다. 

 

게다가 2군에서 올라 온 1,2년차 선수들은 과연 올 시즌도 잘 해 낼지 검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팀의 핵심 선수인 페이커는 이제 에이징 커브가 시작되며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위치가 되어 버렸다. 

 


굳건하게 탑을 지키던 칸나도 가고…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트리며 T1은 독주를 시작했다. 현재 전승, 2위와의 격차도 크다. 모든 것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인 셈이다. 

 

물론 2021 시즌에 충분히 가능성을 증명했고, 롤챔스에서는 가능성을 확신으로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T1의 엔트리는 약해졌고, 다른 경쟁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다면 과연 T1이 이처럼 강해지게 된 것은 무엇일까  

 

신구의 적절한 조화

 

T1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역시나 신구의 조화다. 현역 중에서 이제는 어언 노장의 위치로 가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 페이커와 T1의 2군 팜에서부터 올라와 꾸준히 성장하며 팀의 중심 선수가 된 구마유시를 비롯한 선수들, 그리고 DRX에서 이적해 지금까지 최강의 서폿 자리를 놓치지 않는 케리아까지 경험과 패기가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최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지만 팀에서 가장 좋은 모습이 바로 신구의 조화다. 베테랑만 있다면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하고 틀을 깨기 어렵다. 반대로 신예들로 구성된 팀은 패기와 파이팅은 있을지 몰라도 경험과 안정성 면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조화가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T1은 상당히 짜임새 있는 팀이 됐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신예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과한 느낌이었지만 올 시즌은 딱 이 정도로 좋은, 그러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특히 이제는 3년차에 접어들며 신인 타이틀을 떼어 버린 구마유시와, 2년차에 접어들며 LCK의 맛을 알아버린 오너 및 제우스가 한층 성장하며 경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2,3년차 3인방의 일취월장한 실력

 

구마유시의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기복 있는 플레이와 절제되지 못한 운영으로 순식간에 폭망하거나 한 번 말리면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은 달라졌다. 스프링 기간 중 플레이 한 거의 대부분의 게임에서 한 번도 킬/데스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8킬 이상을 기록한 경기도 9경기나 된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대세 챔프인 아펠리오스와 징크스의 이번 시즌 KDA가 각각 6.2와 5.4로 매우 준수하고 갑자기 무너지며 폭망하는 일도 없어졌다. 

 

어찌 보면 T1 멤버 중 가장 걱정이 많았던 제우스 역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 주고 있다. 작년 시즌의 경우 칸나의 서브로 일부 경기에만 출전한 탓에 이번 시즌이 진정한 신인 시즌이라 할 수 있는 제우스는 이번 시즌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며 충실한 탑 라이너로 거듭났다. 

 

최근 경기인 3월 14일 젠지와의 경기에서는 현재 국내 최상급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도란을 상대로 하며 경기 POG(플레이 오브 더 게임)를 받는 등 성장하고 있고, 4.2의 KDA, 그리고 대세 챔프인 나르나 그라가스의 전승 기록 등 신인 답지 않은 안정감과 기록을 보여준다. 

 


실질적 1년차인 제우스의 성장세가 상당히 크다

 

사실 팀의 주축인 칸나가 빠지면서 가장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았던 곳이 탑이었는데(그만큼 T1의 탑 선수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너구리라던지…너구리라던지…) 이러한 부분을 제우스가 완벽하게 메꿔 주며 칸나의 빈 자리를 느끼기 어렵게 했다.

 

정글 오너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이 2년차로 접어드는 오너는 2년차 징크스 없이 작년에 보여 준 기량을 여실히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슈퍼 플레이어’ 캐니언처럼 압도적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리그 내 3위권 정도의 능력을 펼치고 있고, 대세 챔프를 능숙하게 다뤄 경기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신짜오를 11번이나 플레이 했음에도 KDA 비율이 6.9에 이르고, 이번 스프링 시즌 킬 관여율이 72%를 넘는 등 최상위급의 킬 관여율을 보여주고 있는 등 쉬지 않고 움직이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잘 해 주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점이 매우 낮아 안정적인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오너의 신짜오는 믿고 보는 챔프다

 

페이커의 부활

 

T1의 부활에 빼 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페이커다. 

 

작년 정규 시즌까지만 해도 페이커는 ‘한 물 간 선수’, ‘신예들의 발목을 잡는 선수’ 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안정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워낙 기대치가 높은 선수이다 보니) 올 시즌 강제 은퇴설까지 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기자 역시 작년 시즌 정도의 모습을 앞으로 보여준다면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페이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다시피 21년 롤챔스를 기점으로 페이커가 되살아났다. 22년 스프링 시즌은 그 당시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전년에 비해 향상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으며, 지표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표 산출에서 오류값이라 할 수 있는 쵸비를 제외하면(사실 쵸비는 게임 초반 팀플레이 보다는 라인전 등에 중점을 두고 운영을 하기에 다른 선수들과 지표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다) KDA와 분당 골드 모두 1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분당 데미지 역시 준수한 편이다. 

 

특징적인 부분은 이러한 지표에서 15분 CS나 경험치는 높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자신의 라인전보다 다른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자신의 성장보다 팀원들을 성장시키고 막힌 곳을 풀어주는 데 열심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부분은 결과적으로 다른 팀원들의 성장에 도움이 됐고 그만큼 팀 자체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페이커의 플레이를 단순히 지표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기자가 올 시즌 페이커를 미드 첫 순위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나 최근 르블랑의 신들린 플레이를 선 보이며 경기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 페이커의 르블랑 플레이는 미쳤다

 

그러면서도 POG는 800 포인트로 천외천 캐니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팀원을 도와주며 자신의 플레이도 훌륭하다. 이것이 올 시즌 페이커의 위용이고, 페이커의 은퇴 이야기가 쑥 들어간 이유다. 물론 T1의 질주에 페이커가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살림꾼 케리아의 만점 활약

 

케리아는 명실 공히 믿고 쓰는 선수다. 기자가 만약 LCK 선수로 팀을 만든다면 가장 먼저 정글에 캐니언을, 그 다음으로 서폿에 케리아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만큼 최상위 능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고 최고의 활약을 펼친 21 시즌에 이어 올 시즌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있다. 

 

케리아가 특히나 소중한 것은 단순한 지표 때문은 아니다. 지표 자체도 준수한 편이기는 하나 서포터의 특성 상 이는 정말 참고에 불과할 뿐 진정한 ‘서포트’ 능력이 서포터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케리아는 페이커와 더불어 다른 팀원들의 지원에 적극적이면서 자신의 할 일도 해 냈다. 

 

만약 케리아와 페이커가 이렇듯 팀원들을 케어하지 않았다면 2년차 선수들(한명은 실질적으로 1년차)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무한히 되살아나는’ 선수들을 보여준 케리아의 신들린 질리언 플레이

 

다른 팀들의 하락세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천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갑자기 잘 나가던 팀이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기도 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느닷없이 미친 팀이 등장하면서 찬물을 붓는 일도 허다하다. 특히나 전승 우승의 길을 가고 있는 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면에서 일단 T1의 이번 시즌은 천운을 타고 났다. 가장 큰 경쟁 상대였던 젠지는 코로나 이슈에 쵸비 및 룰러가 작년 시즌의 기량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20년과 21년 디펜딩 챔피언 담원은 자체 전력이 하락하며 3위권으로 주저앉았다. 

 

그런가 하면 다른 팀들은 2월 코로나 확진자 영향으로 인해 전력이 약화되었으며, 다크호스로 꼽혔던 농심 레드포스는 이번 시즌 완전히 폭망했다. 어찌 보면 전승 우승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열어 준 셈이다. 

 

아마도 마지막 경기인 DRX전이 전승 우승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T1 선수들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 역시 DRX전을 가장 경계하는 듯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플레이

 

라인업에 연차가 낮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이나 T1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플레이를 한다. 사실 작년의 T1은 타이트한 운영으로 상대를 말려 죽이는 식의 플레이를 주로 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여기에 과감한 플레이들이 더해졌다. 

 

‘아닌 것 같아도 콜이 나오면 믿고 한다’ 는 말이나 ‘연습 경기를 할 때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는 오너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팀 자체가 필요한 경우 과감한 플레이를 한다. 또한 페이커는 이러한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올 시즌 들어 T1은 끝낼 수 잇을 타이밍에 과감히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작년 같았으면 한 템포 더 끌고 안정적인 마무리를 했겠지만 말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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