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대기업 연봉 인상에 중소기업 운다

게임업체들, 연봉 800~2000만원 인상
2021년 02월 25일 19시 51분 27초

게임업체들의 연봉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소 기업들의 근심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넥슨과 넷마블은 올해 임직원 연봉 800만원을 인상했다. 넥슨은 지난 1일,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각각 800만원씩 올리고, 재직 중인 직원들 올해 연봉도 일괄적으로 800만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넷마블도 지난 10일, 사내공지를 통해 임직원 연봉을 800만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신입 공채 초임의 경우 개발직군은 5000만원, 비개발 직군은 4500만원으로 넥슨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여기에 넷마블은 기존 식대 지원금 10만원에 추가로 한 달에 1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할 계획이다.

 

게임빌과 컴투스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성과, 역량, 직무 등을 고려한 차등 적용 방침을 밝혔지만, 평균 800만원 이상의 연봉 인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크래프톤도 가세했다. 크래프톤은 25일, 2021년 연봉을 개발직군(엔지니어)은 2000만원, 비개발직군은 1500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의 신입 대졸 초임은 각각 6000만원과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게임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계 최상위 수준의 임금 체계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잇따른 연봉 인상은 최근 게임업계는 물론 ICT 업계 전반적으로 개발 인력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높은 성장률을 이룬 ICT 업계가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인재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재 확보 전쟁'이 시작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엔씨도 대규모 연봉 인상을 계획 중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엔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누린데다, 평소에도 격려금이 후한 편이라 경쟁사들 이상의 연봉 인상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주름살만 늘어나는 곳도 있다. 중소 기업들이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다고 일컬어지는 게임업계지만, 중소 기업의 경우 꼭 그렇지만도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보수 수준 만족도와 워라밸 만족도, 복리후생 만족도 등 최근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에서 중요시 하는 항목들은 모두 사업장 규모가 커질 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보수 수준 만족도 평균은 56.5점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은 34.3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7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61.3점을 기록한 워라밸 만족도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은 51.9점으로 가장 낮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73.2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평균 58.9점을 기록한 복리후생 만족도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은 48.8점으로 가장 낮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69.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소규모 사업체들의 운영 자체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소규모 사업체들은 자금 조달 및 투자 유치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유지 및 확장, 게임 출시 및 서비스 경로, 각종 정부 지원사업 선정, 좋은 인력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소규모 사업체들은 코로나19에 부정적 영향도 크게 받았다. 타사 게임 하청(매출비중 31%)이나 게임 외 하청(매출비중 42.6%)으로 운영되는 5인 미만 사업체는 임금보수는 물론 업무강도, 노동시간, 고용안정성 등에서 최소 10점 이상 감소했다. 대신 재택근무는 가장 크게 증가했다. 즉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노동시간이나 업무강도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고용 안정성 및 임금보수 역시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 기업들은 대기업들의 연봉 인상을 따라갈 수도 없거니와, 인력 유출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 등 대형 IT 업체들이 연봉을 올리면서 대형 게임업체들도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형 게임사들은 자금력이 있으니 그나마 버틸 수 있는데, 중소 게임사들은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급 인력 유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되면 인력의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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